의학연구 논문 20% 감소...한국의학 후퇴

의학연구 논문 20% 감소...한국의학 후퇴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4.12.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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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연구 시간 1/3 줄어…2026년 논문 제출 중단 사태 우려"
유진홍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편집장 "의료생태계 붕괴"

유진홍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편집장은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국내 의학계의 쇠퇴에 대한 우려' 칼럼을 통해 2024년 논문 발표 건수가 2023년에 비해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유진홍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편집장은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국내 의학계의 쇠퇴에 대한 우려' 칼럼을 통해 2024년 논문 발표 건수가 2023년에 비해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의 국내 저자 논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편집장인 유진홍 가톨릭의대 교수(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는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국내 의학계의 쇠퇴에 대한 우려' 제하의 칼럼을 통해 "매주 평균 5∼6편의 논문이 발표되던 2023년과 달리 이제는 일주일에 3편도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JKMS 발표 논문 수는 2023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논문 수 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모한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추진 정책의 여파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에 따라 교수의 진료 업무가 가중되면서 연구와 논문 작성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1월 12∼15일 시행한 조사 결과, 의학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은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35.7%)으로 감소했다. 교수 10명 중 7명은 24시간 근무 후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절반 가까이(45%)가 주 7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그만큼 의학 연구 시간이 줄었다는 의미다. 

유진홍 교수는 "이런 상황이 서울대학교에만 국한된 것일까? 불행히도 대답은 '아니오'"라면서 "전국적으로 의과대학에서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나 논문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제출이 빠르면 2025년 중반이나 늦어도 2026년에 갑자기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냐?"고 의문을 표한 유진홍 교수는 "논문 제출 감소는 의학 연구 활동 감소를 반영한다. 더 시급한 우려는 이러한 생산성 저하가 단기적인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그 영향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규 환자 입원 제한에 따라 임상시험이 감소하면서 다국적 임상시험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유진홍 교수는 "의학 분야에서는 1년만 중단되어도 발전이 10년 후퇴할 수 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의 의학연구가 국제무대에서 인정과 경쟁력을 잃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학의 질이 떨어지면 자연히 사이비 과학이 의료 분야에 침투하고, 학문적 기준이 흔들리면 과학적 추론의 질도 떨어져 감정과 추측에 의해 주도되는 사이비 의학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점도 걱정했다.

유진홍 교수는 "이 문제는 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성적 사고와 철학적 탐구가 무시되고, 사회가 감정과 반지성주의에 지배된다면, 우리는 부조리가 만연한 세상에 살게 될 위험이 있다"고 감정과 반지성주의의 득세에 우려를 표했다.

"조용히, 그러나 냉혹하게도, 의학 학문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그 쇠퇴의 조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한 유진홍 교수는 "이 임박한 재앙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틀림없이,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으로 인한 의료생태계의 붕괴를 마주한 나는 한국의학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만이 아니라 한국 과학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유진홍 교수는 "과학 진보의 정체 또는 퇴보만으로도 한 국가를 쇠퇴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며,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에서 다른 국가에 뒤처지게 된다"면서 "한국의학의 학문이 이미 망가졌고, 그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조언은 각 개인이 각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헌신하라는 것"이라고 조언한 유진홍 교수는 "그것은 냉정하고 불행한 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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